안녕하세요. 제주에 사는 6살 아이 엄마 송인희라고 합니다. 제주살이 5년 차로, 섬 구석구석을 누빌 궁리로 언제나 분주한 여행작가이기도 해요. 제주의 아름다움이라면 단연 바다죠. 마주할 때마다 매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곳이에요. 오가는 푸른 물결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들썩이고요. 하지만 주차장부터 인산인해인 유명 해수욕장은 요즘 같은 때 피하고 싶잖아요. 아는 사람만 아는 ‘찐로컬’ 제주 바다는 없을까요? 아이와 함께 재미있게 모래 놀이도 하고, 안전하게 물놀이도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거예요. 한적하고 안전하게 놀기 좋은 숨겨진 제주 바다, 그동안 아이와 직접 다녀온 곳을 알려드릴게요!

제주시에서 동쪽으로 약 40km 떨어진 하도리는 제주에서 가장 한적한 해안 마을이 아닐까 싶어요. 그만큼 개발의 손길이 덜 닿아 머물수록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는 곳이에요. 바다색은 하늘을 그대로 비춘 거울처럼 푸르고 투명해요. 옛 지명인 ‘별방’처럼 반짝이죠.

하도해수욕장은 모래사장도 넓은 편이고 수심도 얕아 도민들이 가족 단위로 많이 찾아요. 바다 건너로는 우도가 보이는 전망 좋은 위치예요. 주차장과 화장실, 샤워실(성수기에만 운영)도 갖추고 있어 한적하게 바다 놀이를 즐기기 좋아요. 특히 썰물 2시간 전부터는 모래 놀이를 하며 조개나 게 등을 찾을 수 있어 재미가 배가 되죠. 편의점 하나 없는 해안가지만, 주차장 바로 앞에 카페가 하나 있어 안심이고요. 하도리는 철새 도래지이기도 해요. 해수욕장 뒤편이 철새들이 주로 찾는 곳인데, 둑을 사이에 두고 바닷가와 연안 습지가 발달해 있어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이래요.

<어린왕자>에 나오는 보아뱀을 삼킨 코끼리 모양을 한 비양도가 보이는 협재와 금능 해변은 제주 서쪽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로 손꼽히는 곳이에요. 물이 얕고 잔잔해 아이들 놀기 참 좋은 해변이기도 하죠. 해안을 따라 늘어선 야자수 아래의 은빛 모래사장은 거닐기만 해도 힐링이랍니다.

서로 붙어 있는 두 해수욕장 사이에 숨겨진 해변이 있어요. 운이 좋으면 프라이빗 비치처럼 즐길 수 있죠. 모래 놀이와 수영을 번갈아 하고, 보말과 꽃게도 만나보아요. 해수욕장이 아니라 관리 요원은 없지만, 이곳을 아는 도민들은 온종일 바다 놀이를 하기 위해 짐을 챙겨 오는 곳이기도 해요. 여름철에는 주차장 앞 매점에서 샤워장도 운영한답니다. 바로 건너편은 10만 평 규모를 자랑하는 한림공원이에요. 사계절 꽃과 동물이 반기고 있어 아이들과 다녀오기 좋아요.

서쪽 바다의 찬란한 빛은 마음을 들뜨게 하죠. 월령리는 선인장 자생지예요. 여름이 되면 까만 현무암 사이로 노란 꽃과 자색 열매를 맺은 선인장이 마을을 뒤덮어 장관을 이룬답니다. 군락지와 해안 사이 데크 산책로에서 바다 내음과 선인장 향기를 맡으며 거닐 수 있어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에요. 바로 옆 바다에는 풍력 발전기가 떠 있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아내죠. 경사가 없어 유모차도 다닐 수 있고, 어른 걸음으로 천천히 걸으면 10분 코스라 부담 없어요.

산책로 시작점이 있는 잔디밭 쉼터 아래를 빼꼼히 내려다보면 그곳에 아이들도 놀기 좋은 숨겨진 해변이 있어요. 안쪽으로 옴폭하게 들어온 해안선을 따라 물놀이 하기도 좋고, 해수욕장 못지않은 고운 모래가 반기는 곳이죠.

신흥해수욕장은 공항에서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보석 같은 곳이에요. 함덕의 물빛과 백사장을 닮았지만, 아담한 크기로 비교적 알려지지 않아 한적하게 놀기 좋아요. 제주 시내를 빠져나와 동쪽으로 향하는 길엔 건물들이 사라지고 들판과 바다를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데요. 에메랄드빛으로 물든 바다에 아이도, 어른도 마음을 빼앗기게 된답니다. 특히 신흥해수욕장은 고운 모래는 물론 얕고 잔잔한 물이 넓은 만으로 들어와 있어, 물이 빠지면 커다란 수영장 겸 모래 놀이장으로 변하는 곳이죠. 밀물 때는 맑고 투명한 물빛이 신비롭게 펼쳐지고요. 배를 타지 않고도 가두리에 있는 물고기를 잡아 낚시 체험을 할 수 있는 신흥바다낚시공원이 근처에 있어 아이와 함께 체험하기 좋아요.

표선에서 인적 드물고 평화로우면서 아이가 놀기에도 좋은 바닷가를 찾는다면 올레휴게쉼터 앞으로 가보세요! 캠핑과 레저를 즐기는 이들이 즐겨 찾는 표선의 또 다른 해변 소금막이에요. 올레길 3-B코스의 일부로, 표선해수욕장에서부터 산책로를 따라 걸어도 좋고, 차도도 해변 바로 앞까지 닿아 있어요. 올레휴게쉼터는 그야말로 올레꾼들이 쉬어 가는 공간이에요. 화장실도 이용할 수 있고, 소금막 해변으로 가는 계단도 놓여 있어요.

물놀이 뒤엔 표선해수욕장 주차장으로 가요. 정말 멋진 놀이터가 우릴 기다리고 있답니다. 커다란 미끄럼틀이 무려 두 개! 봄에는 유채꽃이 주위를 노랗게 물들이는 낭만 놀이터예요. 바로 옆엔 제주의 의식주 역사를 재미있는 체험으로 즐길 수 있는 제주 민속촌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