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행의 테마는 언제나 도시 안에 있었다. 도시의 랜드마크나 유명한 건축물을 빠짐없이 보기 위해 조금은 분주한 마음으로 도시 이곳저곳을 이동하기 바빴다. 나는 공간과 일상, 여행에서 얻은 영감으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올리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 좋아하는 일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어 행복하지만, 몇 개월 동안 쉼 없이 일에만 집중하면서 조금은 여유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도시가 아닌 '나'를 테마로 한 힐링 여행을 떠나보기로 했다.

호이안의 안방 해변 인근을 산책하다 보니, 푸른 바다와 어울리는 근사한 음악이 듣고싶어 졌다. 이름에 이끌려 들어가본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 커피. 카페 이름처럼 바다가 주는 고요함이 인상적이었다. 늘 음악으로 분위기를 만드는 카페를 찾아다니는 내게, 진짜 바다 소리만으로 채워진 이 공간은 낯설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바다 소리를 들으며 애피타이저를 즐겼으니, 이제 메인 차례다. 바로 근처에 해변을 바라보며 해산물을 먹을 수 있는 경치 좋은 식당이 있었다. 유명한 곳인지 사람들이 많았는데 모두가 풍경을 만끽하며 밥을 먹어서 그런지 번하기 보다는 조용하고 느긋한 분위기였다.

'휴식 여행'이라는 컨셉에 맞게 이번 여행은 모두 다 즉흥적이었다. 식당 또한 소문난 인기 맛집 등을 미리 알아보지 않고 괜찮아 보이는 곳을 우연히 발견해 들어가고는 했다. 다소 이른 점심시간에 우연히 찾게 된 식당 이름은 꼼 나 린. 가게 안이 너무 조용해서 살짝 불안했지만, 평소에도 '줄 서서 맛집 갈 바에 줄 안 서고 맛집 옆집 간다' 주의라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우려와 달리, 찐 맛집이었다! 베트남 가정식으로 푸짐하게 이루어진 밥상은 비주얼은 물론 맛 자체도 훌륭했다. 한국인 입맛에 잘 맞아 누구에게나 호불호가 없을 것 같았다. 식물과 목제가구 등 현지 분위기와 어우러지는 인테리어도 친근하게 느껴졌고, 벽이나 문처럼 밀폐된 장치들이 없어서 마치 테라스에서 밥을 먹는 듯한 여유로운 기분마저 들었다.

내게 호이안에서의 메인 스팟은 올드타운이었다. 그래서 숙소 위치 또한 올드타운으로 잡았는데 이번 여행에 묵은 안 리트리트 리조트 & 스파는 여러 가지로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뷰가 좋은 것만으로도 숙박비 본전은 뽑는다던데, 맛있는 조식과 아늑한 수영장까지 있어 더 바랄 게 없었다. 특히, 온종일 여유를 만끽할 수 있었던 수영장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올드타운 인근을 걷다가 어디선가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에 발길을 멈추었다. 길 한복판에서 가게 안이 다 보이는 라이브 바에서 밴드의 라이브 공연이 한창이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낭만적이어서, 나도 모르게 자리를 잡고 앉아 와인을 주문했다. 선선한 저녁 공기와 멋진 음악, 와인이 함께하는 낭만적인 밤이었다.

사실 그동안 나에게 여행은 ‘마음 편한 업무’ 중 하나였다. 바쁘면 몸이 힘들지만 마음이 편하고, 일이 없으면 몸은 편하지만 마음이 불편한 프리랜서의 숙명. 그동안은 가만히 있는 게 괴로워서 ‘여행’을 핑계 삼아 여기저기 바삐 다니고는 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달랐다. '쉼'이라는 것을 제대로 경험하고, 다음 스텝을 밟을 힘도 얻었다. 어설프지 않게 확실한 휴식과 행복을 느끼고 싶다면, 일상을 벗어나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비행기표부터 끊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