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규모의 트릭아트가 있는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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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규모의 트릭아트가 있는 이곳

디스커버코리아 강원 DMZ편 (2)

분단의 아픔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DMZ가 가지는 의미는 때때로 가슴 아프고 무겁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깊게 들여다보면 우리의 일상과 다르지 않은 따뜻한 삶의 터전이라는 것을 알게 되죠. 평화로운 자연과 오랜 역사가 만들어낸 이야기가 있어 더욱 즐거운 곳. DMZ를 넘어 색다른 매력이 있는 화천으로 떠나보시죠.

아무도 없을 것만 같은 깊은 산속, 철원에서부터 이어진 99개의 험난한 굽이 길을 지나 달리다 보면 이름마저 아름다운 ‘평화의 댐’을 만날 수 있습니다. 최전방 군사지역에서‘평화’라는 단어를 듣는 건 어쩐지 이질감이 들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이곳의 풍경을 마주한 순간 저절로 ‘평화롭다’는 단어가 머릿속에 연상될 거예요.

마음의 안정을 주는 잔잔한 물결과 산새소리만이 가득 채우고 있는 평화의 댐. 특히나 가을 이맘때에는 붉게 물든 단풍이 댐의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어 그 운치가 더해지죠. 이곳에는 풍경 그 이상의 놀라운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다고 하는데요. 살랑거리는 가을바람과 함께 평화의 댐 속에 감춰진 이야기를 찾아볼까요.

황당한 사건에서 시작된 댐 건설
평화의 댐은 우리가 생각하는 댐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띄고 있습니다. 수문이 개폐되는 장치나 수력발전 시설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인데요. 평화의 댐 건설 배경에서 이 이유를 찾을 수 있어요.

알쓸신잡

평화의 댐 비하인드 스토리

올림픽을 2년 앞둔 1986년 10월, 당시 건설부 장관인 이규효 장관은 북한의 금강산 댐 건설 소식을 알리면서 이 댐이 붕괴될 경우 63빌딩의 중턱까지 물이 차오를 수 있다는 다소 위협적인 발언을 하게 됩니다. 당시 북한에 대한 반발이 극에 달했던 국민들은 서울을 지키기 위한 댐 건설을 적극 지지하고 나섭니다. 총공사비 1,700억 원 중 절반 이상을 국민성금으로 모집했을 정도죠. 그렇게 탄생한 곳이 지금의 이곳 ‘평화의 댐’입니다 하지만 1993년에 이르러, 감사원의 관계자 조사를 통해 해당 내용이 과도하게 부풀려진 것이 밝혀집니다. 당시 정권이 국민의 불안심리를 자극하여 무리한 공사를 진행시켰다는 것이죠.

결국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얻게 되었지만, 잦은 홍수와 북한의 기습 방류를 막아내며 오명을 씻게 되었죠. 2018년 3차 보수공사가 완공되면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평화를 수호하고자 했던 본래의 목적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 관람포인트

    댐의 벽을 자세히 보면 위/아래의 색이 다른 것을 발견할 수 있어요. 1989년 1단계 댐 건설 이후 홍수조절 전용댐으로써의 기능을 더욱 보강하기 위해 2002년, 2015년에 증축공사를 시행했기 때문이죠.

누구든 속게 된다는 세계 최대 규모의 트릭아트
앞서 만난 댐의 모습이 다소 무거운 분위기였다면, 이번에는 깜짝 놀랄만한 장치로 분위기를 바꿀 차례입니다. 기네스북에도 오른 세계 최대 규모의 트릭아트가 평화의 댐에 새겨져 있는데요. 바로 위 사진 속에 작품이 숨겨져 있습니다.

모두들 찾았나요? 댐의 하류 콘크리트 경사면에 그려진 이 벽화는 실제로 눈앞에 두고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는데요. 놀랍게도 가운데가 뻥 뚫린듯한 댐의 중앙과 양옆의 돌출형 조각상, 그리고 댐 윗부분의 성벽 모양까지 모두 손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높이 95m, 폭 60m 크기의 이 그림은 ‘통일로 나가는 문’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어요. 벽화 속의 산과 강은 실제 댐 상류 700m에 있는 민간인통제구역의 풍경을 그대로 재연하여 의미를 더해주고 있죠.

현직 화가와 댐 전문가 등 전문 인력 20여 명이 모여 완성하게 된 작품으로 무려 3개월의 제작 기간이 소요되었다고 해요. 기존 기네스 기록인 중국 난징의 벽화보다 1.8배 더 큰 규모라고 하니, 얼마나 클지 짐작이 되시나요?

댐의 중앙을 관통하는 듯한 트릭아트는 금세라도 북녘으로 건너갈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을 일으킵니다. 숨은그림찾기 못지않은 재밌는 장치들도 그림 속에 녹아있는데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반도와 반다비, 수호랑, 수달, 백조, 비둘기, 깃발, 관광객 등 평화를 상징하는 그림이 숨어있어요. 정답은 평화의 댐에서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해보세요.
  • 관람포인트

    댐 상류의 스카이워크는 트릭아트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는 뷰포인트 입니다. 하류에는 트릭아트를 좋은 위치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어요.

전쟁속에 피어난 평화가 있는 곳
평화의 댐에는 댐의 수려한 경치 외에도 다양한 볼거리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요. 그중 국제평화아트파크는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예술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죠.

전쟁의 흔적과 평화를 위한 간절함이 함께하는 지역인만큼 이를 주제로 한 다양한 작품들이 공원에 가득합니다. 공원 중앙에 자리한 거대한 조형물인 은 3개의 포신은 자유, 평화, 사랑을 상징하며, 커플링을 닮은 두 개의 반지는 영원한 평화의 약속을 의미한다고 해요.

뉴스에서만 볼 수 있었던 대북방송장비도 이곳에서는 예술작품이 됩니다. 스피커를 쌓아 만든 은 공원의 인기 포토존이기도 해요. 냉전과 대립의 상징인 대북방송장비를 통해 PEACE를 표현한 작품으로, 평화는 블록을 맞추듯 어렵게 쌓아올리는 지난한 과정임을 나타냈어요.

공원의 작품들이 더욱 특별하게 와닿는 이유는 모든 소재가 전쟁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인데요. 탱크, 대공포, 휴전선 등 분단의 상징물들이 이곳에서는 평화를 기원하는 하나의 예술품으로 재탄생했다는 것이죠. 천천히 둘러보고 있노라면 이곳에서만큼은 하나 된 한반도의 미래가 곧 올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됩니다

  • 관람포인트

    댐의 상류에는 가곡 의 테마로 만들어진 비목공원이 있어요. 가곡 속에 등장한 나무 십자가와 군인의 철모가 한편에 놓여있어 노랫말을 더욱 와닿게 하죠.

평화의 댐을 둘러보고 나면 화천에 대한 생각이 사뭇 달라져 있을 거예요. 과거의 아픔을 애써 감추려 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평화의 댐은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죠. 나만의 여행지를 발견한 듯한 기쁨.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으로 얻은 마음의 안정감은 여행 후 일상으로 돌아갈 우리에게 큰 힘이 될 거라 믿어봅니다.
평화의 댐
화천군 화천읍 평화로 3481-18

조혜인야놀자 에디터

노포의 미학을 즐기는 로컬 트래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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