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는 어떤 날씨에도 걸음을 멈출 수 없죠. 제주의 햇볕은 가을에도 뜨겁습니다. 시원하고 상쾌한 나들이 장소를 찾고 계시나요? 혹은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줄 곳이 필요한가요? 그런 마법 같은 공간이 바로 제주의 숲에서 펼쳐집니다. 자연 속에서 아이들은 좀처럼 지루해하지 않아요. 고개를 내민 새싹과 꽃, 떨어진 솔방울, 고인 물 모두 훌륭한 놀잇감이 되지요. 탐방로가 잘 정비된 제주의 숲은 걷기에도 좋아요. 유모차도 거뜬한 무장애 데크 길도 많답니다. 태초의 모습을 간직한 초록 제주에서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어 보세요. 상쾌한 피톤치드를 만끽하며 일상에서 벗어나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어른도, 아이도 거닐기 좋은 제주 숲길! 로컬 맘이 직접 뽑은 인근 추천 숙소까지 알려드릴게요.

해발 350m의 한라산 자락에 있는 위호텔은 입구부터 남달라요. 터널처럼 울창하게 우거진 숲을 한참 들어가야 만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제주 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원시림을 그대로 살린 WE호텔 숲길은 감탄을 자아냅니다. 너른 잔디밭부터 편백숲과 연못, 계절마다 꽃을 틔우는 나무들이 오감을 편안하게 해주지요. 걷다가 만나는 커다란 달팽이와 버섯, 꽃과 열매는 아이들의 발걸음을 붙잡고요. 숲길은 정문 건너편에서 시작하고, 갈림길이 많아 객실과 프런트에 비치된 지도를 들고 가는 게 좋아요.

금산공원은 1만여 평에 이르는 울창한 상록수림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이에요. 열대와 온대의 경계인 난대림 지대에 있어 마치 영화 '아바타' 속 숲에 들어온 것 같은 신비로운 식물들을 만나볼 수 있어요. 네다섯 살 정도면 충분히 걸을 만한 탐방로가 마련돼 있고, 30분이면 한 바퀴 돌아볼 수 있어요. 숲은 새들의 경연장 같아요. 짹짹 낭랑한 소리에 귀 기울이며 아이는 발걸음 가볍게 숲을 걷지요. 금산공원 바로 앞은 납읍초등학교입니다. 숲길 입구엔 아이들이 쓰고 그린 시화가 알록달록 물들어 있어요. 숲속 전시장에서 순수한 동심이 담긴 작품을 아이와 함께 읽으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순간이 완성됩니다.

곶자왈의 ‘곶’은 숲, ‘자왈’은 나무와 덩굴이 마구 얽힌 곳이라는 뜻인데요. 화산 폭발 후 용암이 식으면서 만들어진 암석 지대에 양치식물, 나무, 덤불 등이 한데 자라나 사계절 푸르른 곳이에요. 오직 화산섬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숲지대로, 맑은 지하수와 공기를 책임지는 생태계의 허파와도 같은 곳이죠. 그중에서도 제주곶자왈도립공원은 다른 곶자왈에 비해 걷기 편하게 산책로가 조성돼 있어 가족 단위로 찾기 좋아요. 전망대까지 왕복 50분 거리로 가장 짧은 ‘테우리길’은 중간 지점까진 나무 데크도 있어요. 전망대에 서면, 숲 한가운데 있음을 실감하게 돼요. 울퉁불퉁한 돌길이 있어 유모차로 가기는 어렵고, 샌들, 슬리퍼, 구두를 신으면 입장이 제한되는 점 참고하세요.

절물자연휴양림은 1백만 평 가량의 넓은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에요. 여기엔 50살이 훨씬 넘은 삼나무들이 빽빽하게 자라나고 있어요. 하늘을 밀어 올릴 듯 수직으로 뻗은 삼나무 숲은 평소에도 이국적으로 아름답지만, 안개가 내린 날에는 더 몽환적이지요. 해풍이 불어와 한여름에도 시원하고요. 산책로가 비교적 완만하고, 유모차나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데크가 잘 되어 있어 남녀노소 모두에게 무난하답니다. 산새들이 지저귀고 목청 큰 까마귀가 노래하는 숲에 들어서면 절로 숨을 크게 들이마시게 돼요. 피톤치드가 가득해 걷기만 해도 힐링이고, 무심코 찍은 사진도 작품이 돼요. 입구에서 우측 길로 걷다 보면 유아 숲체원과 놀이터가 나와요. 노루나 토끼가 놀러 올 때도 있어요. 휴양림에는 숲속의 집, 산림문화휴양관, 약수터, 연못, 잔디 광장, 오름, 맨발 지압 산책로, 흙길 산책로 등 다양한 시설이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