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여행

칼럼

영화 속 여행

어쩌면, 여행의 시작

보고 나면 유독 여행이 간절해지는 영화가 있다. 아래 여섯 편 중에는 익숙한 것도, 생각지 못한 것도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이 이야기들은 모두 여행갈 마음의 준비를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청춘의 파라다이스
<비치>

나는 동남아의 해변가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여행은 언제나 도시로만 다녔다. 그럼에도 내가 문득문득 해변이 있는 여행지를 꿈꾼다면 그건 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비치> 덕분이다. 이 영화는 자신들만의 파라다이스를 꿈꾸며 태국으로 몰려드는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바이블과 같다. 그래서일까,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내가 열 살만 어렸다면…”이라고 중얼거리는 버릇이 생겼다. 당신이 아직 충분히 젊다면 당신만의 해변을 찾아서 떠나도 좋을 것이다.

감독 : 대니 보일
출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개봉 : 2000.02

공항이라는 환상
<인 디 에어>

흔히들 여행의 여정 중 가장 좋아하는 장소로 공항을 꼽는다. 공항 특유의 냄새를 맡는 순간 ‘이제 여행이 시작되는구나!’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막상 목적지가 별로였던 경우는 있어도 공항에서의 설렘이 느껴지지 않는 경우는 없었다. <인 디 에어>는 너무나 오랫동안 지상에서 발을 떼고 있었던 터라 도무지 지상의 삶으로 귀환하지 못하는 한 남자의 모험이다. 일종의 교훈 극이지만 이 영화를 보면 그저 공항으로 달려가고 싶어진다.

감독 : 제이슨 라이트먼
출연 : 조지 클루니, 베라 파미가
개봉 : 2010.03

도쿄, 그리고 호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우리 모두 그런 순간이 있다. 여행지를 돌아다니는 것보다도 호텔에 머무르는 게 더 좋아지는 순간 말이다. 통역 불가능의 도시를 모험하느라 지친 몸을 호텔 침대에 뉘었을 때 느껴지는 그 묘한 안락감이란!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도쿄에 관한 영화인 동시에 호텔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말이 통하지 않는 환경이 주는 외로움 속에서 호캉스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 일렁인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갓 교체한 시트의 냄새가 느껴질지도 모른다.

감독 : 소피아 코폴라
출연 : 빌 머레이, 스칼렛 요한슨
개봉 : 2004.02

꿈꿀 수 있는 최고의 낭만
<미드나잇 인 파리>

당신은 파리를 이미 갔다 온 경험이 있을 것이다. 파리라니. 이젠 파리에 가는 것이 일종의 클리셰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하지만 파리는 방문하면 방문할수록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다시 보이는 도시다.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고 싶다면 우디 앨런이 파리에 대한 사랑을 온전히 담아낸 이 판타지 영화를 보시길. 당신을 또다시 파리로 이끌고야 말 것이다. 주인공처럼 시간을 넘나들지 않더라도, 파리에 도착하는 그 순간이 바로 일종의 타임머신이라는 걸 깨달으면서.

감독 : 우디 앨런
출연 : 오웬 윌슨, 마리옹 꼬띠아르
개봉 : 2012.07

여행의 정석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이 영화를 넣을까 말까 고민을 했다. 이젠 여행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순간 함께 떠오르는 제목이 된 탓이다. 이 영화가 개봉하자 수많은 미국 여성들이 요가 매트를 들고 발리로 날아갔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미 수많은 사람이 보았을 이 영화를 다시 추천하는 건 그 속에 여행에 대해 우리가 꿈꾸는 모든 것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행을 떠나자마자 먹고, 사랑하고(혹은 로맨스를 찾고), 삶의 축복에 대해 기도를 한다. 자, 이제 남은 건 하나. 당장 요가 매트를 챙겨 발리로 떠나는 일이다.

감독 : 라이언 머피
출연 : 줄리아 로버츠
개봉 : 2010.09

베니스에 바치는 연서
<캐서린 헵번의 여정>

오드리 헵번의 <로마의 휴일>이 로마에 바치는 연서라면, 캐서린 헵번의 이 영화는 베니스에 바치는 연서다. 한 번도 사랑을 해본 적 없는 주인공 제인은 ‘베니스에서라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라는 마음으로 베니스에 간다. 거기서 근사한 중년의 이탈리아 신사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물론 많은 여행 로맨스 영화들이 그렇듯이 사랑 뒤에는 이별이 다가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고전 영화는 당신으로 하여금 여행지에서의 우연한 사랑을 꿈꾸게 만들 것이다.

감독 : 데이비드 린
출연 : 캐서린 헵번, 로자노 브레지
개봉 : 1955.06

김도훈(@closer21)

영화 칼럼니스트이자 허프포스트코리아 편집장. 영화 전문지 '씨네 21'과 남성 패션지 'GEEK'을 거쳤다. 영화는 물론 패션, 정치,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취향을 글로 담아내는 일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간의 산문을 엮은 저서 '우리 이제 낭만을 이야기합시다'를 펴냈다.

에디터 박주선
일러스트레이터 손은경(@thanksforbein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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